1. 2007/08/29 '공포의 삽겹살'에게 첫사랑이 왔을 때
  2. 2007/07/19 내 싸이의 '도둑' 방문자를 보여줘~
  3. 2007/07/18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어떻게 고백하지? (2)
  4. 2007/07/14 “아직도 청년은 영화 밖의 초란을 기다린다”

'공포의 삽겹살'에게 첫사랑이 왔을 때

e s s a y 2007/08/29 20:25 posted by 곱씹다
"아니, 지금 '괴물' 봐요?!"


1994년 여름, 어머니는 길 한복판에서 이렇게 소리쳤다. 내 나이 12살이던 그때,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기이하다'는 듯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기 때문이다.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어머니가 그랬던 걸 보면, 아주머니의 표정이 영화 <괴물>에서 괴물의 등장을 볼 때처럼 경악을 금치 못했나 보다.


어머니의 속상한 마음은 당연하고 나를 '괴물 보듯' 한 아주머니의 표정까지 이해한다. 당시만 해도, 키 146cm에 몸무게가 74kg이나 나가는 '초특급 비만아'를 구경하기란 힘들었으니 말이다. 더불어 기상청 관측 기록상 가장 무더웠다는 그 여름, '산(山)'만 한 체격에 비 오듯 땀을 흘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나 때문에 아주머니의 체감온도가 올라갔을 수도 있겠다.


'뚱뚱하다'는 놀림, 내성적으로 변한 나



그 정도로 나는 뚱뚱했다. 아니, '심하게' 뚱뚱했다. 10살 무렵부터 통통해지더니 어느덧 학교 '씨름부' 입단 제의를 끈질기게 받을 정도로 뚱뚱해진 것이다(마지못해 간 씨름부에서 운동장을 뛰라는 소리에 도망쳤다).


그래도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사람들처럼 억울하진 않았다. 많이 먹은 만큼 응당 많이 쪘기 때문이다. 먹을 것을 입에 달고 살고 콜라를 물처럼 마셨으니 '먹었다'보단 '넣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그런데 그렇게 살이 찌고 보니 뚱뚱한 아이들은 대부분 두 부류로 나뉘는 듯했다. 뚱뚱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놀림을 받는 아이와 뚱뚱할 뿐만 아니라 힘도 세 놀림을 면하는 아이. 이중 온순한 아이들에겐 어김없이 부한 포유류의 상징 '돼지'와 관련된 별명이 따라다녔다. 물론 거친 아이들도 뒤에서야 '돼지XX'라고 불렸을 테니 귀는 꽤 간지러웠으리라.


나는 이중 '집돼지'과에 속하면서도 이따금 '멧돼지'과로 변하는 독특한 유형이었던지라, 그나마 '적당한(?)' 놀림을 받으며 괴상한 별명이 붙었다. 수많은 별명 중 지금도 또렷이 떠오르는 것은 '공포의 삼겹살'.


내가 여느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걸 깨달은 것도 친구들의 그런 장난 덕택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된 13살 때, 중력은 너무도 '공평'해 무거운 만큼 느렸고 허우적거리는 내 모습을 즐기는 상대방 공격수에게 유린을 당하기 일쑤였다.


또 수업시간에 소재만 생기면 '뚱뚱'과 엮은 친구들의 장난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테면, 선생님이 어쩌고저쩌고 말하면 "어? 거기 덕원이가 누우면 못 지나가겠다"라는 식이었다. 도대체 어떤 길이 그리도 협소하단 말인가! 그럴 때면 '공포의 삼겹살'로 변신해 응징하기도 했지만, 미봉책에 불과했다.


첫사랑과 함께 온 '첫 다이어트'



그럼에도 나는 심각하게 받아들잊 않았고, 중학생이 되고도 조금씩 들쭉날쭉할 뿐 모양새엔 변화가 없었다. 친구들의 장난이 여전했던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중학교 입학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특별대우'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학년 어느 날, 양호선생님이 찾아와 몇몇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고, 일어나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뚱뚱했다. 이내 내가 호명됐고 뒤따른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중등도 비만."


아이들 사이에서 '비만클럽'이라고 부른 이 특별대우는 일 년에 한 번 비만인 아이들만 누릴 수 있는 방과 후 건강검진이었다. 나는 다음해에도 연이어 '중등도 비만'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내성이 생겨 그러려니 비만클럽을 찾아 이전에도 만났던 친구들과 "왔어? 올 줄 알았지"라고 반기며 진한 '동족애'를 느꼈다.


그렇게 특별대우에도 익숙해진 같은 해 가을, 내 '비만 인생'에 역사적인 사건이 터졌다. 열다섯 사춘기 소년에게 '첫사랑'이 찾아온 것. 처음 보는 순간 사방이 뿌예지더니 이후 지나칠 때면 가슴이 방망이질을 쳤다. 매일같이 마주쳤지만 내겐 말은커녕 쪽지 한 장 건넬 '용기'가 없었다.


활달했던 아이는 살이 찌면서 언젠가부터 '내성적'인 소년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내 체격은 키 169cm에 몸무게 85kg. 거침없이 늘어난 살과는 반대로 '자신감'은 줄어있었던 것이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김정은의 대사 "이 꼴을 하고서 어떻게 그래요"가 꼭 내 마음이었다.


짝사랑에 사춘기 소년의 가슴앓이는 계속됐고, 결국 굳은 마음을 먹었다. 그녀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변하자"고. 온갖 '돼지'류의 별명에도 꼼짝을 않았던 내가 난생처음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이다.


그해의 겨울방학, 다이어트엔 달리 축지법(縮地法)이 없었고 하루 밥 한 끼 그것도 달랑 한 공기만 먹기 시작했다. 그래도 허기진 배는 오이나 물 따위로 채웠고 가벼운 운동도 곁들였다. 사춘기 짝사랑의 간절함에 난 독했고 그 결과 한 달 만에 '10여kg 감량'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고백뿐!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기껏 살을 뺐거늘, 그녀는 갑자기 학원에 나오지 않았고 그렇게 말 한마디 못한 채 떠나보냈다(?). 


살 빼니 사람들도 나도 '달라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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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어트 성공 후인 고등학교 1학년 겨울. ⓒ 이덕원


그래도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내게 값진 '선물'을 안겨다 줬다. 3학년, '비만클럽'에서 내가 '과체중'으로 특별대우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교실에서는 친구들의 축하 인사가 이어졌고, 복도에서 마주치는 옛 동족들은 놀라움과 함께 부러움을 금치 못했다.


한칸 한칸 허리띠 안쪽으로 구멍을 뚫어가는 재미에 이후에도 다이어트는 끝나지 않았다.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준비하면서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만으로 다시 일 년여 동안 몸무게를 5kg 정도 줄였고, 반대로 키는 꾸준히 컸다.


'키 184cm에 몸무게 72kg'. 고교 입학 후 내 첫 신체검사 기록이다. 나는 변했다. 아니, 나보다 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먼저 변했다. 더는 뚱뚱하지 않으니 돼지와 관련된 별명도 붙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늘씬한 몸매'에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처음엔 익숙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태도도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도.


그런 나보다 낯설어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초등학교 동창들이었다. 거리에서 마주친 친구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걸어도 '누군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거나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12살 적에 나를 보고 놀란 아주머니의 표정이 '웩'이었다면 그때 친구들의 표정은 '와'였던 것이다.


나도 변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퇴화됐던 '자기애'가 솟아났다. 그렇게 '정상인'으로서의 시간이 지날수록 활달하고 적극적인 사람으로 돌아갔다. 다이어트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은 셈이다.


그러고 보면, 비만은 '정신적' 질병이기도 하다. 대개 사람들의 놀림과 거울에 비친 볼품없는 모습에 자기애는커녕 자괴하기 십상이라 작게는 자신감의 상실, 크게는 우울증을 부르기 때문이다(개중에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재발할 뻔한 비만, '다시 시작'한 다이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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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모습에 가장 가까운 사진. ⓒ 이덕원

방심은 금물. 대학 입학 후에도 어느 정도 유지됐던 내 늘씬한 몸매는 지난해부터 형태를 잃고 말았다. 결국, 올 초 같은 키에 94kg까지 체중이 불어 비만의 문턱까지 다다랐다.

더욱이 스물다섯 청년이 '배'에만 집중적으로 살이 쪄 이른바 'D라인'을 이루는 게 문제였다. 하릴없이 '재발'을 막고자 잊고 지낸 다이어트를 다시 시작했고 현재 88kg이라는 고지에 이르렀다.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S라인', 'M라인'을 만들지 않더라도 자신감이라는 '정신적 건강'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다시 다이어트를 결심하는 이유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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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싸이의 '도둑' 방문자를 보여줘~

p l a n 2007/07/19 18:18 posted by 곱씹다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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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한 미니홈피. ⓒ 인터넷 화면 갈무리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한 첫날엔 예전에 만나던 여자친구가 들어왔고, 오늘은 졸업 후로는 본 적이 없는 초등학교 동창 여자 애가 어떻게 알고 들어왔더라. '몰래' 훔쳐보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고 재밌다."

지난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이른바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아무개(25·남)씨는 프로그램 사용 후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이란 이름 그대로 자기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방문한 사람의 '이름'과 '방문 시간'을 알려주는 것.

"너 싸이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 설치했어?"


다양한 사진과 플래시 기능 등으로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하루치 방문자 수와 누적 방문자 수는 공개하지만 세부적인 방문자 명단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몰래 타인의 미니홈피를 방문할 수 있어, 옛 연인이나 친구 등의 근황을 아는 용도로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5년째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사용하고 있는 또 다른 이아무개(25·남)씨도 이달 초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그는 "얼마 전 친구가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구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 미니홈피에 들어오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바로 (친구한테) 설치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지정한 게시물에 방문자가 댓글을 단 것처럼 방문 기록이 남는다. 심지어 중복 방문 시에도 기록이 계속 남고 자신의 방문까지 자동으로 기록된다.

일부 누리꾼들, 현금 설치 매매 시도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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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토리'나 '현금'으로 매매를 시도하는 다음의 한 카페.

이처럼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부터 각종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커뮤니티엔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거나 구한다는 누리꾼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아예 관련 커뮤니티를 개설하거나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이들도 많다.

더구나 일부 누리꾼들은 도토리(싸이월드 전자화폐)나 현금으로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 '매매'를 시도하고 있다. '도토리 50개'나 '현금 4,000원'을 주면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겠다는 것이다.


사실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은 '조회 수 올리는 프로그램'과 함께 싸이월드 미니홈피 초창기부터 누리꾼들에 의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왔다. 다만 예전엔 컴퓨터 코딩을 통해 확인하거나 특정 클럽에 방문자 흔적을 남게 하는 제한적인 방법뿐이었다면, 최근 퍼지고 있는 프로그램은 로그인한 방문자라면 모두 흔적을 남기게 된다. 

물론 로그인하지 않은 방문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로그인을 해야만 미니홈피의 세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싸이월드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방문자 추적의 한계는 거의 없어진 셈이다.


방문자를 보여줘··· 훔쳐보는 이를 훔쳐보는 격


왜 사람들은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서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를 알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 터이다.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최보미(23·여)씨는 "방문자 수는 높은데 댓글이나 방명록이 없으면 '누가' 들어와서 몰래 사진만 보고 갔나 하는 생각에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방문한 사람의 기록을 아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방문 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점.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열심히 한다는 양은경(25·여)씨는 "내 미니홈피에 누가 왔었는지는 알고 싶지만, 내가 남의 미니홈피에 간 건 알리기 싫다"면서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이 퍼지면)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고민하다가 타인의 미니홈피도 못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싸이월드는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에 대한 대책 수립에 나섰다. 싸이월드의 한 관계자는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은 외부에서 플래시 파일을 만들어 올리는 방식"이라며 "(지난) 12일부터 싸이월드 (이미지) 편집기를 이용하지 않은 플래시 파일의 업로드를 막아 놨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2일 이전에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한 미니홈피에 대해서는 막을 방법이 없어 싸이월드 측에서 개별적으로 프로그램을 찾아 삭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니홈피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 '도둑 방문'과 보이지 않는 방문자를 찾으려는 '호기심' 싸움이 어떻게 번질지 누리꾼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7년 1월17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좋아하는 사람 있는데 어떻게 고백하지?

p l a n 2007/07/18 01:15 posted by 곱씹다

온라인 커뮤니티 'OO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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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커뮤니티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캠퍼스에서 마주친 그 또는 그녀로 인해 가슴 설렌 경험은 시대를 막론하고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음직한 일이다. 볼수록 호감이 가는 그, 첫눈에 반한 그녀에게 용기 내서 고백하고 싶지만 정작 그 또는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저렇게 멋있는데 여자친구가 있지 않을까?", "나 같은 스타일을 싫어하면 어쩌지?" 이렇듯 당연한 고민에 망설이게 되고, 예전엔 이럴 때면 백방으로 수소문해 정보를 수집해야 했다.

그런데 인터넷 세대의 대학생들은 더 이상 친구들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 하나만 써도 이성친구의 유무는 물론이거니와 이름, 학번, 이상형, 인간관계 등을 손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카페 내에서 대학별로 운영 중인 'OO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류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이처럼 캠퍼스 내 사랑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는 2002년 11월 강원대의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이 처음 문을 연 것을 시작으로, 타 대학들의 'OO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이 뒤따라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현재 'OO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류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대학별로 120여 개에 이르고, 이중 강원대·인하대·한림대 등 20여 개는 아직도 활발히 운영되며 새로운 대학문화로 자리 잡았다.


'OO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은 어떤 공간?


"OO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류의 온라인 커뮤니티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까?


가장 처음 문을 연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의 4대 운영자 herbpia(22)는 "캠퍼스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났을 때 매개체가 되기 위해 생겼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커뮤니티를 통해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보고 고백하는 형태"라며 "몇 월 며칠 어디에서 어떤 옷을 입은 학생이 마음에 든다는 식의 글들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반면, 학생들은 관심 있는 이성에 대한 정보를 구하는 목적 외에도 나를 찾는 이성의 글이 올라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커뮤니티를 자주 찾기도 한다.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을 거의 매일 찾는다는 김모(24)씨는 "내게 관심이 있다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는데 솔직히 기분이 좋더라"며 "그때부터 또 그런 글이 올라오지 않을까 궁금해 자주 들어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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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검색되는 ‘OO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류의 온라인 커뮤니티. ⓒ 인터넷 화면 갈무리


회원 수가 3만 2,000여 명(2006년 11월17일 기준)에 달할 만큼 활성화된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의 경우, 커뮤니티의 역할도 더 커져 이성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것 이외에도 학교행사를 비롯해 분실물 신고, 각종 매매행위, 고민상담까지 맡고 있다.

운영자 herbpia는 "실제로 학교 직원들도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고 때론 공지를 띄워달라는 부탁을 한다"며 "학생들이 학교 홈페이지보다 커뮤니티를 더 자주 찾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무래도 강원대를 대표하는 커뮤니티다 보니 그런 것"이라며 "하지만 이성을 찾는데 매개체가 된다는 처음의 취지는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커뮤니티를 통해 연인도 맺어져


'OO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류의 온라인 커뮤니티 목적은 커뮤니티 이름 그대로 좋아하는 사람과의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러한 커뮤니티를 통해 좋아하던 사람과 '잘 된' 사례도 있을까?


강원대에 다니는 이모(24)씨와 최모(24)씨는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덕에 맺어진 연인이다. 2005년 우연히 교양강좌에서 최모(24)씨를 본 이모(24)씨가 커뮤니티를 통해 최모씨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그 결과 올 초부터 연애를 시작해 어느덧 1년여 만나고 있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의 특성상 얼마나 많은 사람이 커뮤니티의 덕을 봤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설사 좋아하던 사람과 맺어졌다 하더라도 알려주는 일은 더욱 드물기 때문이다.


사실 '한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의 경우, 초기 커뮤니티 내에 이러한 뒷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이 있었지만, 참여가 저조해 없어졌다.


"OO과 전지현", 학교 내 스타가 되기도


"OO과 성시경씨, 안경 벗으셨던데 안경 안 쓰시니까 더 멋있어요!"


2005년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에 올라왔던 글 중 일부다. 대개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찾을 때 인상착의를 설명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이처럼 특정 연예인을 닮은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OO과 성시경', 'OO과 전지현'이라고 불리며 인기를 누린다.


실제로 한림대에 다니는 박모(24)씨는 한때 '한림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에 자주 글이 올라오면서 학교 안팎에서 사람들로부터 준연예인급 수준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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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에 올라온 글. ⓒ 인터넷 화면 갈무리


또 아르바이트생에 대한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와 학교 앞 술집이나 카페로 손님이 모이기도 한다. 실제로 강원대 후문에 있는 한 카페의 경우에도 2004년 아르바이트생 오모(23)씨가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을 통해 인기를 얻으면서 더 유명해졌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간혹 일부의 글은 자작 글로 의심을 받기도 한다. 유명해지고 싶어서 거짓으로 글을 써서 올리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신공격성 비방 글은 문제


온라인을 통해 익명으로 운영되는데다 사람을 찾는 'OO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류의 커뮤니티 특성상 문제가 되는 것이 인신공격성 비방 글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방 글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가 커뮤니티 운영자를 비롯한 간부들이다.


'강원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의 운영자 herbpia는 "(커뮤니티 간부들은) 게시판 관리를 한다"며 "익명성을 이용한 악성댓글 등이 올라오면 지우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개인을 비방하는 글이 가장 자주 올라오고 특정 상점이나 학과, 교수를 비방하는 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제 막 수능시험을 마친 예비대학생들이 들어오는 새 학기면, 'OO대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류의 커뮤니티도 더 북적일 것이다. 그때는 이타주의에서 비롯된 커뮤니티의 좋은 취지처럼 커뮤니티 간부들과 회원들의 노력으로 비방 글은 지양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따듯한 글로만 넘쳐나길 바란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11월18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1. Commented by 은재 at 2009/01/27 17:19

    저는 그래두 아날로그가 좋아요. 골목어귀, 두리번두리번, 꼬깃꼬깃...^^

    • Commented by BlogIcon 곱씹다 at 2009/01/27 20:38

      그럼요. 인터넷은 궁여지책일 따름이지요. ^^ 문득 학창시절에 편지를 건네곤 냅다 도망쳤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ㅋㅋ

“아직도 청년은 영화 밖의 초란을 기다린다”

c o l u m n 2007/07/14 23:19 posted by 곱씹다

마초성의 <성원>



오랜만에 비디오 가게로 향한다. 유난히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이 설렌다. 사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영화 파일을 내려받거나, 디브디를 소장한 친구에게 당당히 빌려서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와는 그렇게 만나고 싶지 않다. 어느덧 7년 만의 ‘재회’가 아니던가. 왠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만나야지만 아련한 옛 추억을 오롯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녀와 처음 만났을 당시 나는 열일곱 사춘기 소년이었다. 어느 무료한 주말 친구와 함께 찾은 극장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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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파는 한 달에 한 번 초란이 자신의 머리카락를 깎아주는 날이 가장 행복하다. ⓒ 골든 하베스트 컴퍼니


사전에 관람할 영화를 정하고 극장을 찾는 편이 아니었기에 그렇게 기분 따라 찾은 극장 앞에서 영화를 골랐다. 또 그맘때만 해도 나는 ‘청룽(성룡)표 액션’이나 ‘장만위(장만옥)표 멜로’, 다시 말해 ‘홍콩영화’ 관람만을 고집했다.


그런데 그날은 극장 간판에 그려진 한 앳된 여인이 내 눈길을 끌었다. 그 여인은 장만위 뺨치게 하얀 얼굴에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한 눈망울을 지니고 있었다. 그 여인이 그려진 간판의 영화가 그날 극장에서 상영하는 유일한 홍콩영화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눈망울’에 이끌려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 제목은 '성원'. 영화를 보기 전. 그냥 전형적인 홍콩 멜로영화가 아닐까 예상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고 한 시간 반이 한 잔 두 잔 마시다 바닥을 드러낸 소주병처럼 순식간에 달아나고 말았다. 그만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영화 속에 빠져들어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영화보다는 영화 속 여자주인공 ‘초란(장바이즈 분)’에게 빠져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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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란은 떠나가는 양파를 향해 울부짖지만 그는 조금씩 사라져가고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다릴게”라는 기약 없는 다짐뿐이다. ⓒ 골든 하베스트 컴퍼니


영화 '성원'의 내용은 시각 장애와 언어 장애가 있는 양파(런시안치 분)와 간호사 초란의 슬픈 사랑 이야기다. 어린 시절 장애 때문에 부모에게 버림받은 양파는 병원 자료를 점자로 기록하며 병원 한쪽 숙소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밝고 따듯한 그에게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한 여인이 있는데 그녀가 바로 안과 간호사 초란이다.

어느 날, 양파는 야간 근무를 가는 초란을 데려다 주고 돌아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는다. 죽은 양파는 하늘나라로 올라가는데 우연히 영혼들이 지나치는 중간 지점에서 백만 번째 손님으로 당첨된다. 그래서 한 가지 소원을 이룰 기회를 얻은 양파는 초란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자 이승으로 내려온다.


한편, 양파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슬퍼하던 초란은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사랑 고백도 못하고 그를 떠나보낸 것에 후회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초란은 주위에서 양파의 흔적들을 발견하고 그가 자신의 곁에 있음을 느낀다.

마침내, 양파와 초란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지만 정작 헤어져야 할 시간을 알리는 유성 쇼의 시작이 머지않았다.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예전에 별똥별을 함께 보며 빌었던 그와 그녀의 두 번째 소원이 모두 ‘그, 그녀와 함께 평생 사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지만 무심하게도 유성 쇼가 시작하고 둘은 가슴 아픈 이별을 맞이한다.

덤벙거리는 성격 탓에 미안하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지만 생기발랄한 초란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특히 양파를 그리워하며, 다시 만나 떠나보내며 그녀가 흘리는 눈물은 내 가슴을 후벼 팠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 속 남자주인공 양파로 '몰입'됐고, 그러한 착각은 영화가 끝나고도 이어졌다.

영화는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버렸고 초란에 대한 내 감정은 영화 밖 현실 속에서는 어쩔 수 없는 '짝사랑'이었다.

'코스튬플레이(만화나 게임의 주인공을 모방하는 취미 문화)' 동아리 활동을 하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랑한 나머지 만화 속 여인의 사진을 다이어리에 지니고 다니는 친구들을 '비웃던' 사람이 나였다. 그랬던 내가 유사한 감정에 빠지고 만 것. 이후 나는 초란의 사진으로 방을 도배했고, 매일 밤 그녀의 꿈을 꾸곤 했다.

그렇게 홀로 가슴앓이를 하던 어느 날, 스스로 되물었다. 영화 속 여자주인공 초란으로 분한 배우 장바이즈(장백지)의 ‘미모’에 반해서 ‘장백지’라는 배우에게 빠진 것은 아닐까? 그래서 영화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장바이즈라는 배우에 대해 알아보고, 그녀가 출연한 영화도 찾아서 봤다.


하지만 영화 '성원' 밖의 장바이즈는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아니었다. 장바이즈라는 배우에게 느껴지는 감정은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이 아닌, 머리로 느끼는 아름다움뿐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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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눈물은 열일곱 소년의 가슴을 후벼 팠다. ⓒ 골든 하베스트 컴퍼니


결국, 내가 사랑한 여인이 '성원' 속 ‘초란’임을 다시금 확인했다. 이점에서도 언뜻 보면 성원 속 초란의 모습 또한 배우 장바이즈의 연기니 장바이즈의 한 모습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배우 장바이즈는 결코 ‘팔각형 젤리’와 ‘색소폰 소리’를 좋아하는 초란이 아니었다.


그렇게 열일곱 소년은 오랜 시간 초란에 대한 짝사랑의 열병을 앓아야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그 열병이 가라앉기는 했지만 사춘기 시절 짝사랑한 그녀는 지금까지 내 ‘이상형’으로 녹아들어 있다.


사실 그동안 영화 '성원'을 다시 보지도, 영화 속 초란과 다시 마주하지도 않은 데는 첫사랑에 대한 ‘순수한 마음’을 고이 간직하고자 함이었다. 그래서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초란을 다시 만난 것이다.


초란을 다시 만나고 나는 열일곱 소년이 된 듯 애틋했던 옛사랑에 설레기만 했다. 이제 소년은 나이가 들어 청년이 됐지만, 그녀는 여전히 사랑스럽기만 했다. 누군가 첫사랑이 애틋하고 짝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던가. 그럼에도, 아직 청년은 영화 밖의 초란을 기다린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6월10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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