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12/29 제2의 <해리포터>를 찾는 스튜디오판 ‘기묘한 이야기’
  2. 2007/07/11 월드컵, 어느 방송으로 볼까?
  3. 2007/07/05 방송이 ‘사람 잡는다’

제2의 <해리포터>를 찾는 스튜디오판 ‘기묘한 이야기’

r e v i e w 2007/12/29 13:45 posted by 곱씹다

어느 여름날 밤 기차역 대합실. 폭우로 발이 묶인 승객들 사이, 한 청년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자 오싹한 이야기를 건네기 시작한다.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이번엔 선글라스를 낀 사나이가 나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더니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어느덧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은 이어지는 ‘기묘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스튜디오판 <기묘한 이야기> 

옴니버스영화 <기묘한 이야기>의 얼개다. <기묘한 이야기>는 이처럼 폭우라는 상황과 기차역 대합실이라는 장소를 설정해 생면부지인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은 뒤, 그중 몇몇을 스토리텔러로 세워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화는 1990년 일본 후지TV에서 시작해 10년 간 인기리에 방영한 TV프로그램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의 극장판이다. 

철 지난 영화 이야기를 꺼낸 건 한 TV프로그램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현재 KBS 1TV에서 방영중인 <이야기발전소>는 마치 스튜디오판 <기묘한 이야기> 같다. 차이가 있다면, 스토리텔러를 비롯해 일차적 청중이 스튜디오에 있고, 아마추어 스토리텔러가 직접 창작한 이야기라는 점 정도다. 

그럼에도 <이야기발전소>는 분명히 <기묘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풍긴다. 먼저 스토리텔러의 이야기와 재연 화면이 어우러지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그렇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내레이션이 스토리텔러를 대신하기도 하지만, 그 비중과 타이밍은 몰입을 헤치지 않는다.  

또 역설적으로 <기묘한 이야기>와는 달리 아마추어 스토리텔러가 창작한 이야기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기묘한 이야기들은 한 편의 영화나 소설에 비해 거창하지 않다. 짜임새는 부족하되, 설정이 참신할 뿐. 그러니 ‘기묘’한 것이다. <이야기발전소>의 이야기가 이런 기묘함 닮은 이유는 스토리텔러들의 아마추어리즘 덕분이라는 말이다. 

제2의 <해리포터>를 발굴하는 ‘스토리텔링 클럽’ 

그렇다고 <이야기발전소>가 스튜디오판 <기묘한 이야기>에 그치는 건 아니다. 외려 그보다 야심 찬 포부를 지니고 있다. ‘스토리텔링 클럽’으로서 가능성 있는 이야기를 발굴해 <해리포터> 시리즈같이 세계를 매혹시킬 만한 문화콘텐츠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야기발전소>는 프로그램이 내건 기치처럼 문화산업 시대를 맞아 스토리텔링의 폭을 넓힌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많은 스토리텔링 관련 공모전이 있지만, 아마추어 스토리텔러에겐 여전히 문턱이 높기만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PC통신에서 탄생한 소설·영화 <엽기적인 그녀>나 인터넷에서 뜬 인기 작가 ‘귀여니(이윤세)’의 사례도 일반인에겐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다. 

결국 완성도가 부족하거나 재수가 좋지 않다면, 보통 사람들의 좋은 아이디어는 사장될 수밖에 없을 터. 그중에는 다듬고 보탠다면 '제2의 <해리포터>'가 될 보물이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이를 위해 프로그램은 매주 3팀의 스토리텔러들이 출연해 자신이 써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전문 심사위원들과 방청객의 평가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중 1위를 한 스토리텔러에겐 3연승까지 매번 소정의 창작 지원금이 주어진다.  

가까이 영화 <장화, 홍련>, <디워>와 멀리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그랬듯, 이야기는 사전에 제시되는 전설을 모티브로 한다. 이를테면 ‘문바위 전설’은 ‘인형의 집’이라는 으스스한 이야기로, ‘청의동자 전설’은 ‘과부들’이라는 엽기적인 이야기로 변모한다. 

참신함이 주는 매력, 검증 시스템은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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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1TV <이야기발전소> 홈페이지의 시청자게시판에 올라온 항의 글. ⓒ KBS &#13;&#10;

물론 원대한 목표는 기본적으로 이야기의 재미를 전제로 할 때 성립한다. 더불어 그래야만 TV프로그램으로서의 당위성 또한 존재한다. 이런 맥락에서 <문화지대>의 한 코너에서 독립해 지난 28일 방송으로 7회를 넘긴 <이야기발전소>는 비교적 순항을 하고 있다.

이유는 단연 특유의 '참신함' 덕분이다. 물론 일부는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식상하기도 하지만, 이따금 돋보이는 아이디어의 이야기가 색다른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는 뻔한 드라마·영화에 신물이 난 사람들에게 10분에서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맛볼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이다.      
 

이를테면, 지난 28일 방송 중 ‘자린고비 전설’을 이야기 주제로 삼은 ‘밧줄, 소금, 매달린 사람’만 해도 ‘발상의 전환’이 돋보였다. 이야기는 한 사이코 개그맨이 웃음에 인색한 관객을 상대로 연쇄 살인을 저지른다는 내용이다. “쳐다보기만 하고 먹지는 않는 자린고비에 대한 굴비의 복수”라는 관점과 그럴 듯한 반전은 부족한 짜임새를 채우고도 남았다. 

반면, <이야기발전소>에 제기된 문제도 있다. 전형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야기의 질적인 부분이야 보다 많은 스토리텔러의 참여를 이끌어내면 나아질 일. 문제는 기본적으로 담보돼야 할 '독창성'부터 흔들렸다는 점이다.  

<이야기발전소>는 11월8일 첫 방송에서부터, 표절 의혹에 휘말렸다. 이날 방송한 이야기 중 ‘우렁각시 전설’을 이야기 주제로 한 ‘그들의 이야기’가 '<세상의 기묘한 이야기> 2005 봄 특별편'인 ‘미녀캔’과 너무 흡사하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진 것이다.  

이에 제작진은 “출연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의견 청취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만간 “진위 여부 확인과 함께 제작진의 의견을 게시”할 예정이다. 

<이야기발전소>에 주목하는 이유 

<이야기발전소>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처럼 대단한 이야기는 아닐지언정 독창성이란 내피를 입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명작’ 역시 이런 어설픈 이야기에서 시작됐을 터이다.  

언젠가 <이야기발전소>에서 많은 스토리텔러의 이야기가 완성도란 외피를 덧입고 세계로 나아가는 문화콘텐츠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월드컵, 어느 방송으로 볼까?

p l a n 2007/07/11 11:49 posted by 곱씹다

2006독일월드컵 방송사 중계 비교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축구 팬들은 어떻게 한국대표팀의 활약을 지켜볼 것인지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다시 말해 한국대표팀의 2002년 영광 재현을 어느 '방송사'를 통해 지켜볼 것인지, 어느 방송사가 한국대표팀 경기에서 '아드보카트호의 전술'과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정확하게' 전해줄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욱이 이번 2006독일월드컵은 어느 때보다 월드컵 중계를 놓고 방송 3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방송사들에 월드컵 중계는 '월드컵 특수'라고 할 만큼 '수천억 원'이 달린 광고시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이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지 국민의 관심은 2002년 못지않게 뜨겁다.


그런 만큼 방송사들은 이번 월드컵 특수를 누리기 위해 '시청률'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시청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해설가' 영입에서는 고도의 전략마저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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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차범근(MBC), 신문선(SBS), 이용수(KBS) 위원.


먼저 2002한일월드컵 당시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린 MBC는 기존의 축구 스타 출신 김주성 위원과 더불어 젊은 해설가 서형욱 위원이 해설을 맡는다. 또 MBC가 2002년에 월드컵 중계 시청률 1위를 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차범근 위원도 해설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 감독은 2002년과 달리 현재 수원 삼성 감독을 맡고 있어서 프로경기가 끝나는 6월 초까지 대외발표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일 뿐 월드컵이 시작되면 해설진으로 합류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MBC는 차범근 위원이 한국전 경기를, 김주성 위원과 서형욱 위원이 다른 조 경기를 해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SBS는 이번 월드컵을 위해 가장 오랜 기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SBS는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유명한 기존의 신문선 위원이 조별 예선 한국 경기를, 젊은 층 사이에 팬을 형성하고 있는 박문성 위원이 다른 조 빅게임을 중계할 것으로 보인다.

타 방송사에 비해 2002년 당시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KBS는 이용수 세종대 교수를 해설위원으로 내세운다. 2002한일월드컵 당시 기술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독일월드컵 주전 한국대표선수들을 가장 눈앞에서 지켜봤다. 이 위원은 침착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경기상황을 꼼꼼히 분석해주는 스타일의 해설가다. 또 KBS는 한국 경기 외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높은 다른 조의 경기들은 국외축구 전문가 한준희 위원에게 해설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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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태영(MBC), 황선홍(SBS), 유상철(KBS).


하지만 2006독일월드컵 중계방송 승패의 변수는 2002년 당시 선수로 뛰다 해설가로 변신한 선수들이다. 방송사들은 2002년의 감동과 추억을 공략해 시청률을 높이고자 저마다 관련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경쟁했다. 가장 먼저 SBS가 지난 3월 14일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 황선홍을 영입했고, 뒤이어 KBS가 4월 23일 유상철을, 25일 MBC가 김태영을 끌어들였다.


황선홍, 유상철, 김태영은 각자 방송 3사에서 보조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실상 메인 해설위원 신문선, 이용수, 차범근 위원에 비해 해설 비중은 작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송사의 의도대로 시청자들에게는 2002년의 주역이 2006년의 영광 재현을 함께 한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월드컵 특수를 놓고 벌일 2006독일월드컵의 중계방송은 연패를 노리는 MBC와 오랜 준비를 마친 SBS의 재대결로 압축된다. KBS는 이용수 위원이 타 방송사의 차범근, 신문선 위원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2002년 꼴찌 오명을 벗기에는 역부족인 듯싶다.


MBC와 SBS의 재대결에서는 메인 해설위원으로 선수에 이어 감독까지 현장 경험이 풍부한 MBC 차범근 위원이 만담형 해설의 달인 SBS 신문선 위원에게 다시 한 번 승리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 선수 출신이자, 1998프랑스월드컵 사령탑도 맡았던 만큼 차범근 위원의 해설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 월드컵 당시 평소 침착한 차범근 위원이 한국대표팀의 선전에 흥분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배가하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차범근 감독은 당시 MBC의 '이경규가 간다'를 통해 하프타임 중 진땀을 흘리며 최창섭 캐스터와 주고받던 중계 뒷이야기가 방송돼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2002년 스타들의 해설가 변신이라는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 특히 2002년 한국대표팀의 정신적 맏형이자, 폴란드전 첫 골의 주인공 황선홍이 포진한 SBS는 그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해설가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황선홍이 9.5%로 신문선, 차범근, 이용수 위원(10.5%)에 이어 4위를 차지할 만큼 그의 변신에 팬들의 관심이 많다.


실제로 감동의 순간, 시청자에게 안내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축구 해설위원이다. 2002년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한 현장을 누구보다 생생하고 정확하게 전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해설위원이 누구일지 '6월13일' 그 귀추가 주목된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6년 5월13일 작성.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방송이 ‘사람 잡는다’

c o l u m n 2007/07/05 01:10 posted by 곱씹다
상업주의에서 비롯된 방송 사고



출연자, 시청자를 잡는 방송이 이제 무섭기까지 하다.


얼마 전 KBS '도전지구탐험대' 촬영을 위해 컬럼비아 야르보 부족 체험에 나섰던 개그맨 장정아씨가 애너콘다에 물리는 사건이 발생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다시 한 번 방송의 안전 불감증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결국 지난 30일 '도전지구탐험대'가 폐지되기에 이르렀다.

'도전지구탐험대'에서는 지난 99년 탤런트 김성찬씨가 라오스 오지로 촬영을 다녀왔다가 뇌성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한 일이 있었다, 그럼에도 7년간 프로그램을 더 이어오다 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프로그램 폐지의 이유 또한 시청률 하락과 광고판매율 감소로 이미 사건 전에 검토되었던 부분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김성찬씨 사망에도 지금껏 프로그램을 유지해왔고 유사한 사고가 거듭됐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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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가요콘서트 홈페이지 ⓒ 인터넷 화면 갈무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상주참사까지 발생, 시청자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지난 달 MBC '가요콘서트'의 상주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 공연장 입구로 몰리면서 압사사고가 일어나 11명이 숨지고 1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테러도, 조류인플루엔자도 아닌 상상하지도 못했던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MBC는 '가요콘서트'를 폐지하고 '가요큰잔치'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기획해 대체했지만 상주참사의 악몽은 쉽게 잊히지 않을 것이다.

또 지난 29일 성기노출 사고로 물의를 빚었던 MBC '음악캠프'는 옷만 갈아입은 채 돌아왔다. 달라진 점이라면 방송 사고에 대비, 3분의 시간차를 두고 중계할 뿐 이름만 바뀐 것이다. 이에 제작진은 '축하메시지' 등과 같은 방법을 통해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태도를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다.


이에 가요콘서트와 음악캠프의 방송사인 MBC는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가 SBS '8시 뉴스'와의 시청률 경쟁에서 뒤처지는 등 회사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물론 다른 요인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두 번씩이나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대가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방송 실태가 이러하다. 작년 성우 장정진씨 사망부터 최근 가수 겸 탤런트 서지영씨 '연애편지' 촬영 사고까지 위험한 소재들을 다루면서도 안전대책에는 미비한 것이다. 이는 프로그램의 안전보다는 자극적인 소재를 통한 시청률에만 연연하는 방송사들의 상업주의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방송사들은 미디어 윤리를 각성하고 전철을 밟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덕원

- 덧붙이는 글 -

2005년 11월19일 작성. 

한림대 인터넷미디어 전공 웹진 '도발'에도 실렸습니다.